
때는 7월 7일.. 여행을 한 번은 가야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생각만 말고 행동으로 조금 옮겨보라고 했다.
진짜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안해봤던, 앞으로도 이렇게 즉흥적일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갑작스럽게 비행기 예약을 했다.

게하에서 자고 혼자 놀러가는거니까 카페만 가면 돈이 많이 안들어갈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았다. 비행기값이 왕복 10만원도 안하는 걸 보는 순간 이건 여행가라는 기회다! 싶어 멘토링이 끝난 7.9 저녁 6:30분 비행기로 바로 출발했다.
생각보다 비행기가 너무 편했다, 왕복 다 창가자리 예약 성공(*^ー^)v 해서 실컷 구름도 구경하고 바깥을 봤다. 창가자리 너무 좋아.. 도착했는데 나는 202번이 공항까지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제주터미널이었다. 이미 지치고.. 배고프고.. 그래서 그냥 택시를 탔다. 한 55분 걸리더라. 협재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그냥 택시타고 갔다.


파티가 있는 게하였는데, 내 방이 로비에 있었고 파티도 로비 거실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웠다. 뭔가 진행되고 있다가 다들 나를 쳐다보는거임 ?_? 사실 나도 참가하려고했었는데 저녁 비행기라 애매해서 다음날 참가하려고 그냥 첫 날은 안했다. 방에 들어갔다가 짐만 내려놓고 다시 나왔다.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 먹으면서 근처 바다로 갔다. 숙소 바로 옆에 바다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



그렇게 먹고 근처를 좀 걸었다, 바다의 습함과 더운 느낌이 나를 확 감싸안았는데 평소라면 습한거 너무 싫지만 이때는 괜찮았다. 그냥 좋았을지도, 그러다가 한 건물에 초롱불같이 불 하나가 들어와있는걸 봤는데 귀여웠다. 안에 사람있어요~ 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저쪽 방향이 협재 해수욕장 방향인데 폭죽도 터지고 있었다. 신기해서 찍었다 ㅎㅎ


숙소 마스코트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다. 이름이 앤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순하고 웃을떄 이쁘더라..ㅎㅎ 숙소 옆에 붙어있는 바가 있었는데 혼술바고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저기 앉아서 위스키에 책도 읽었는데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다. 신청곡도 받던데 이무진 노래 신청했다. 웅장하게 자취방 들으니까 기분 너무 좋았다.. 나도 언젠가 저런 혼술바 해보고싶다. 근데 내가 술먹고 노느라 장사 운영 못할 것 같음 ㅎㅎ.. 1일차는 그냥 이렇게 보냈다. 모든게 낯설었는데 최대한 그 안에 녹아드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외로우면서 편안했고 생각 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이 더 많아졌었다. 나에게 아무 역할도 주어지지 않은게 어색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되나.. 하는, 더 이 시간을 꽉 채우고 싶기도 했지만 딱히 더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이렇게 마무리했다.



아, 1일차에 자려고 누웠는데 알람은 어떻게 맞춰야 하지..? 내가 너무 늦게 일어나면 우짜지..? 내일 뭐하지..? 라는 생각에 서치를 좀 해봤다. 근처에 협재칼국수라고 유명한 집이 있다해서 여기로 가기로했다. 혼자 여행와서 백퍼 회는 못먹을거같아서 이렇게라도 먹어야 될 것 같았다. 웬걸! 개맛있었다. 한치 물회였는데 진짜 다 먹고 밥도 다 먹고 배불러서 배탕탕 치면서 나왔다. 대기는 한 20분 걸린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걸렸다. 입장까지 40분 정도 걸렸다. 근데 전혀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보말칼국수는 호불호가 좀 갈리던데 나중에 친구들이랑 놀러가면 한 번 도전해볼지도?




진짜 나 원래 날씨요정 아닌데, 이번 여행은 첫여행이라 그런가 하늘이 도와줬던 것 같다. 덥기는 엄청 더웠는데 사진에서는 날이 너무 이쁘게 잘 담겼다.긴바지를 입고 갔는데 물에 들어가서는 좀 후회했다. 아! 너무 기분 좋은데! 한 손으로는 계속 흘러내리는 바지 잡고 한 손으로는 사진도 찍고싶고 가방도 메야겠고 땀은 줄줄나고 대환장이었다 ㅋㅋㅋ
그 채로 가고싶었던 쉼표 카페에 갔다. 저 해먹? 같은 곳에 앉아서 쉬고 싶었는데 덥기는 진짜 무진장 덥더라. 한 30분 정도 있었는데 음료 얼음은 다 녹았고 케이크 크림도 다 녹았었다. ㅋㅋ 그래도 여기서 바라본 바다는 참 예쁘더라. 너무 좋았지만 협재는 사람도 너무 많고 너무 덥고 내가 갈 수 있는 다른 곳이 없나? 찾다가 바로 옆 금능해수욕장에 가기로 했다.
솔직히 그 놈의 202번 버스 어떻게 생겼나 보기나하자! 싶기도 했다. 그래서 30분만에 튀튀하고 바로 버정으로 갔다.






확실히 협재보다 사람이 적어서 심적으로 너무 평온했다. 그리고 내 인생 카페를 찾았다. 카페명은 '닻별'인데 안뜨네.
엄청 아기자기한 카페, 그 아래 같이있는 소품샵, 눈 앞에 펼쳐진 바다, 친절하신 사장님들까지 정말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더위를 피해서 간 곳이었는데 여기서 내가 왜 바다를 좋아하게 되었는지까지 찾고 나왔다. 바다는 나한테 첫 용기를 준 곳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 바다는 겁많은 아이인 내게 용기내는 법을 알려줬다. 저 글귀마저 저땐 위로같았다. 길어진 취준에 지쳤고, 목표도 방향도 없이 달려온 것 같은 자신에게 많은 실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혼자 여행가서 좀 쉬고 오려고~ 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뭔가를 얻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근데 그런 나에게 그냥 살으라니! 그냥 살아도 된다니!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만약 또 간다면 무조건 소품샵도 또 가야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너무 많았는데 뭐랄까.. 진짜 제주라는 곳이 무엇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물건들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 좋아보였음) 가격도 저렴했고 귀여운 것들이 많았다. 거기서 바다조각을 담은 것 같은 엄마 티스푼이랑 문어키링을 샀다. 엄마는 아침마다 요플레를 드시는데 쇠티스푼만 쓰시길래 구입했다. 내 문어는 무너지지 말자는 내 다짐을 담았다. ㅋㅋ 이름 지어주고 싶다.



카페 닻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곳이다. 처음엔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화장실 다녀오면서 앉아서 읽었다가 홀린 듯 다 읽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담고있는 고민들과 사연들에 울었다가 피식했다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나처럼 취준생의 글들도 있었는데 마치 나같아서 그 장을 계속 머뭇거렸다. 넘기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눈에 담으려고 했다. 뭔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또 누구는 딸들과 여행온 아빠의 글이었는데, 카페가 마음에 드셨는지 나중에 혼자 오고 싶다고 했다. 괜히 우리 아빠도 이 카페에 왔다면 좋아했을텐데 ㅋㅋ 싶어서 피식했다. 또 누구는 제주가 참 할 게 없어서 생각이 더 많아진단다. 생각 정리하려고 온 제주에서 생각이 더 어지럽혀져 사람은 역시 바쁜게 최고라고 했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치지 못하면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근데 나는 그러다가 이렇게 된 사람이라 동의하지 못했다. 생각이 버거워서 생각없이 살다보면 나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찾은 제주라 나는 어지럽혀진 생각도 귀했다. 제주란 어떤 곳인가, 습한 바다와 너무 더운 날씨의 제주지만 그 안에서의 여유로움과 둥글둥글한 곳곳의 문구들이 계속 아지랑이처럼 생각나는 곳이다.



그냥 들어가기 너무 아쉬워서 다시 협재해수욕장에 내렸다. 6시라 엄마한테 전화 한 번 하고 사람 없는 조용한 스팟이 앉아서 바다 소리에 집중하려고 했다. 눈에 담아도 담아도 계속 흘러내렸다. 이 느낌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데.. 내일은 이 시간에 못볼 풍경일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계속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숙소에 복귀하니 7시,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샤워를 해야겠다 싶어서 아예 화장까지 다 지우고 씻어버렸다. 8시 파티였는데 급 피곤하고 졸려서 30분만 쉬자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부랴부랴 화장하고 나갔다. 나잇대가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사는지 대화했다. 우리 팀은 거의 다 I 인게 확실했다. 주제 하나 나오면 대화하다가 20초간 정적.. 또 대화하다가 정적.. 이 이어졌다. ㅋㅋㅋㅋ 그래도 대화 잘 통하던 친구랑 밤새 바다보면서 대화도 하고 놀았다. 왠지 한여름 밤의 꿈 같았다. 어두컴컴하던 바다가 밝아질때까지 한참을 키득거리면서 각자의 인생에 대해서 애기했다. 재미있었다. 새벽 5시쯤 숙소에 들어간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도 잠이 안올 것 같았는데 기절했다. 퇴실 날이라서 못일어나면 안되는데..!! 싶었는데 룸메들이 아침 일찍부터 씻고 준비하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10시쯤 눈이 떠졌다.


나는 협재보다 금능이 더 체질에 맞는 것 같다.. 우진해장국 저 고사리해장국을 참 좋아하는데, 비행기 시간이랑 이동 거리 계산하면 뚜벅이인 나에겐 조금 무리였다. 그렇게 찾은 곳이 금능에 있는 금능낙원. 이거 아니고도 몸국같은 것들도 팔고,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 두분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여기 진짜 뷰 맛집이다. 왜 낙원인지 알겠다. 그냥 음식점 위치가 진짜 낙원이었다.. 음식도 맛있었고 다 못먹을 줄 알았는데 뚝딱했다. 이제 마지막 끼니까지 먹고나니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된게 불쑥 느껴졌다. 피하고 싶던 감정이었는데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언제나 여행의 마지막은 이렇게 아쉽고 슬픈 법이니까! 그래서 이 쪽을 좀 더 걷기로 했다. 이 동네가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너~무 예쁜 동네였다. 바다 쪽으로 더 걸어가서 노래도 안듣고 내 귀와 내 코, 내 눈에 바다만을 담으려고 했다. 진짜 너무 좋았다. 비록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렸지만..




그렇게 한참을 보고 버스를 2대나 보냈다. 이제는 진짜 출발해야할 것 같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빠한테 전화해 제주도에 오니 내 못난 마음이 둥글둥글한 곳에서 더 도드라져 보였다고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리고 술은 못사갈 것 같다고 (아주 중요한 정보) 전달했다. 그리고 엄마한테는 어젯밤 게하 파티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밤 새워 바다에 있었더니 온 몸을 모기에 뜯겼다는 소식도 전달했다. 버스 202번이 왔고 1시간 30분 정도 달리니 공항에 도착했다. 버스 여행도 좋은 것 같다. 제주 서쪽을 구석구석 구경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앉아 나름 심란한 마음을 정리했다. 이제 진짜 다시 복귀할 시간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마음이 좀 붕 떠있지만 이 글을 끝냄과 동시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고 한다. 나는 이게 문제다. 여행 후유증이 좀 크다. 낯선 곳이 주는 설렘은 언제 느껴도 너무 기분 좋다. 그만큼 짜릿하고 그만큼 계속 즐기고 싶다. 아쉬움과 용기를 준 바다에 대한 고마움을 가득 안고 비행기를 탔다. 잠이 안왔다. 구름이 너무 예뻐서 더 심란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내 첫 혼여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모든 결정권은 나에게 있고 모든 책임 또한 나에게 있다. 즐겁든 아니든 오로지 나만의 경험이었다. 시간과 돈 모두 아깝지 않았다.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었기를 바란다. 나에게 또다시 용기를 준 바다야 고마워 또갈게!
P.S. 내가 돌아온 다음 날 태풍으로 제주도 비행기 20대가 결항되었단다! 이것조차 운이 좋았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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